[앵커]
계속되는 찜통더위에 그 누구보다 더위를 참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체온조절이 힘든 장애인들인데요.
폭염 고통 때문에 에어컨을 틀면 요금 폭탄을 맞고, 그렇다고 견디기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이들의 여름나기, 권남기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머리맡에는 에어컨이, 다리 아래엔 선풍기가 돌아갑니다.
45살 김경수 씨는 15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뒤 체온조절이 어려워지면서 더위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됐습니다.
[김경수 : 먹는 건 좀 건너뛸 수는 있잖아요. 한 끼 두 끼 정도는. 머리 아픈 건요. 이거는 1분도 못 넘겨요. 답답하니까 바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두통이 있으니까요.]
참다 참다 아플 때만 에어컨을 틀었는데 누진제가 적용되면서 지난달 전기요금은 무려 24만 원이 나왔습니다.
정부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는 경수 씨에게는 한 달 수입의 10분의 1이 넘는 금액입니다.
[김정환 / 김경수 씨 아버지 : 밥 한 끼 굶더라도 내야지 어떻게 해요. (에어컨) 안 켜놓으면 못 살아요. 살길이 없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냉방이 꼭 필요한 장애인 대다수는 고통을 참고 무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23년 전 옥상에서 떨어져 목 아래가 마비된 48살 이주연 씨는 요새 아예 얼음 주머니를 달고 삽니다.
숨이 턱턱 막히면서 갈수록 몸 상태가 나빠지지만 전기요금 부담에 에어컨을 켤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이주연 : 정신이 아득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숨이 너무 턱턱 막히고 그러면 아이스팩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팔을 문지르고 가슴도 문질러주고….]
하지만 이처럼 더위에 고통받는 장애인들이 받을 수 있는 전기요금 할인은 한 달에 8천 원이 전부입니다.
이 때문에 겨울철, 취약계층에 등유 이용권 등을 지원하는 이른바 '난방 바우처'처럼, 여름에도 '냉방 바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됩니다.
[박종인 / 서울 중구 장애인 복지관 : (비장애인은) 땀이 정말 많이 나는구나 하고 끝나지만, (장애인) 상처가 벌어진다고 하면 이건 어떻게 보면 생명과도 연결된 (문제거든요)."
최근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한 '냉방 바우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장애인들의 고통스러운 여름 나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YTN 권남기[kwonnk09@ytn.co.kr]입니다.
▶ 기사 원문 : http://www.ytn.co.kr/_ln/0103_201608240459593077
▶ 제보 안내 : http://goo.gl/gEvsAL, 모바일앱, 8585@ytn.co.kr, #2424
▣ YTN 유튜브 채널 구독 : http://goo.gl/Ytb5SZ
[ 한국 뉴스 채널 와이티엔 / Korea News Channel YTN ]